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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본국에 아주 친하게 지낸 고교 동창이 있다. 돈 냄새 맡는 능력이 제법 뛰어나 한 때 아파트 세 채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친구 모임에 나오면 저녁 식사비는 본인이 낼 정도로 잘 나갔다. 증권 회사 지점장 출신이다. 45세라는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금융 사고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고 한다. 퇴직금을 받아 투자를 했는데 사기를 당했다. 하루 아침에 모든 재산이 날라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인근의 지하 월세 방 보증금이 없어 필자가 보탰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한국 출장 때 만나보니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달에 이틀 쉬고 일을 하는데 월 수입이 120만~130만원 정도라고 한다. 간신히 풀칠을 하고 있었다. 헤어지면서 필자가 의례적으로 이런 말을 건넸다. “열심히 해. 언젠가 좋아지겠지.” 이 말을 들은 친구는 ‘뭘, 어떻게 열심히 할까?”라며 약간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친구가 한참 힘들었을 15년 전쯤 필자에게 이런 말을 건넨 기억이 있다. “나, 미국 갈까. 정상적으로는 못 가니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이다. 말하자면 야반도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나중에 친구가 자신이 없어 흐지부지되었지만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필자가 컬럼 서두에 친구 이야기를 한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만일 당시에 친구 가족이 미국에 왔더라면 어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지금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윤택하지 않았을까? 미국에 오는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품고 오는 꿈이 있다.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어떤 꿈이냐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계급 사회에서 노력만 하면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단어는 미국의 역사학자 제임스 트루슬로 애덤스가 저서를 통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미국에서는 신분이나 출생 배경에 상관없이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민 당시 한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이럴 것이다. 교외에 있는 차고가 달린 대형 주택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사는 것. 거기에 자녀들의 좋은 대학 입학과 누구도 부러워하는 직장 등등. 결론은 물질적으로 행복한 가정이다. 본격적인 한인 이민 역사가 시작된 지는 40년으로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얼마나 알차게 일궜는지 따져보자. 얼마 전 25년 이상 친분을 유지해온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세탁소를 운영했는데 5년 전의 주 매상이 1만8000달러였다. 경기 침체로 서서히 매상이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1만2000달러였다. 매상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업소다.

종업원을 충분히 고용하고도 월 15000달러는 충분히 가져가는 좋은 가게다. 그런데 주인은 매상 하락분을 종업원 해고로 대신했다. 당연히 그 일은 주인의 몫이었다. 어쩌면 워크홀릭이었을지도 모른다. 매상 하락에 따른 스트레스, 버거워지는 업무, 계속되는 고객의 감소, 거기에 불확실한 미래가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 것이다. 어떠한 일이더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마지막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지닌 한인들이 많아 안타깝다. 일흔이 다된 노부부가 아직도 캐시 레지스터 앞에 앉아 있다. 업소를 팔려고는 하지만 웬만한 가격에는 요지부동이다. 어차피 자식 세대는 이런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으니 팔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언제 팔릴지 모른다는 데 있다. 누구를 위한 아메리칸 드림인가? 우리를 위한 것이다. 그런 아메리칸 드림이 흔들리고 있다. 누가 아메리칸 드림을 훔쳐가고 있는가?

주범이 바로 우리들이라면 아이러니하다. 아메리칸 드림의 결론은 마무리를 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바로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을 물질적으로 보지 말고 정신적으로 봐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유럽 독일에서 3년 남미 칠레에서 3년을 머물다 워싱톤에 정착한지 벌써 25년 사이딩 헬퍼 밤청소 우범지대에서 식품점을 거쳐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조기정착을 돕자는 취지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민 일세대의 애환을 나누는 그런 친구가 되고싶다 부와 명예가 있으면 좋지만 스스로 자족하는 삶 또한 귀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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