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Credit: pickupimage.com

견딜수만 있다면 견뎌라

말 그대로 기다리는 게 아름답다는 뜻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여인이 이별 통보를 했다 치자. 관계를 되돌리려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게 아니라 연인이 마음을 바꿔 돌아올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한가지 전제는 있어야겠다. 여인이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생각이 드는데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부동산 매매에도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게 있다. 파는 가격을 원래 목표로 한 수준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항상 강조하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매입 시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언제 파느냐는 것이다. 비쌀 때 샀더라도 좀 더 비싸게 팔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매도 타이밍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법. 여기에도 마음 변한 여인의 경우처럼 전제는 있다. 가치 투자를 제대로 했느냐는 것이다. 가치 투자란 저평가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면 목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부동산에서 애 얘기하는 기다림의 투자이다. 얼마나 더 기다리는 게 좋겠냐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필자의 답은 미안하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투자의 매수, 매도 시점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간혹 한국 출장을 간다. 같은 지역에서 움직일 때의 교통 수단으로 지하철을선호한다. 약속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는 데다가 승객 전부가 얼굴이 비슷한 한국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하철 내부에는 타이밍이 있다. 곧 비게 되는 좌석을 찾아내는 타이밍인데 필자는 이를 부동산의 매도 타이밍과 연결시키곤 한다. 오전 10시께면 출근 시간이 지난 뒤라 지하철은 비교적 한산하다. 그렇다고 워낙 인구가 많은 도시라 비어 있는 자리는 없다.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의 아줌마가 지하철을 탄다. 두리번거리며 빈 자리를 찾지만 있을 리 만무. 학생들로부터 자리를 양보받기에는 약간 어정쩡한 나이다. 곧 내리려는 승객의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필자가 앉아 있는 승객을 관찰해보니 세가지 타입이 있다. 먼저 졸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자는 경우다. 내려야 할 역이 아직도 멀었다는 뜻이다. 이런 승객 앞에서 기다리다가는 백발백중 목적지까지 서서 가야 한다. 부동산으로 비유하자면 미동도 하지 않는, ‘죽은’ 부동산이다. 이런데도 기다림의 미학 운운 한다면,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 딴 남자에게 간 여인을 기다리는 것과 진배 없다. 재빨리 갈아타야 한다. 두번째 타입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다.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전화로 친구와 수다를 떤다. 언제 내릴지 모른다. 곧 내릴 것도 같고, 아니면 제법 갈 것 같기도 하다. 내리길 기다릴 수도 있지만 확신은 없다. 부동산의 경우라면 인내하면 머지 않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리기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죽은 부동산보다는 낫다. 기다림의 미학의 결과는 미지수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승객이 게시판에 나타나는 역을 유심히 살피거나 밖을 내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면 이제 곧 내린다는 신호다. 그 앞에 서 있으면 아줌마는 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내가 투자한 부동산이라고 가정한다면 완연히 움직이고 있고, 이는 곧 매도 타이밍이 된다. 부동산이란 움직이지 않는 동산이다. 대지에 붙어 있어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내재된가치는 지하철의 승객처럼 항상 움직인다. 지하철의 아줌마처럼 이 움직임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부동산 투자는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견딜수있는 여유가 있으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의 신념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Previous PostPost with a slider and lightbox
Next PostPost with YouTube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