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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후 ‘암호화폐 규제 완화’ 가속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암호화폐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적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월 14일(현지시간) 법원 기록과 정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SEC가 전임 행정부에서 넘겨받아 진행 중이던 암호화폐 소송 23건 가운데 14건을 취하·중단·합의 또는 피고 측에 유리한 방식으로 사실상 멈췄다고 전했다. 

NYT는 남아 있는 9건에는 트럼프와 가까운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이 없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는 요약 보도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SEC가 스스로 소송을 취하한 사건은 7건이며, 이 가운데 5건이 트럼프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관련된 사건으로 분류됐다. 또 다른 7건도 절차 중단, 피고에 유리한 합의 제안, 주장 일부 철회 등 ‘양보’ 성격의 조치가 뒤따랐고, 그중 3건이 트럼프 측 인사와 연결된 사건이었다는 설명이다. 

NYT가 소개한 사례로는 윙클보스 형제가 운영하는 거래소 제미니 관련 소송이 트럼프 취임 후 ‘동결’에 가까운 절차 완화 국면을 맞았고, 리플(Ripple) 사건에서는 SEC가 법원이 정한 제재금 규모를 낮추려 시도한 정황 등이 포함됐다. SEC가 바이낸스 사건을 철회하면서 업계 전반에 ‘규제 톤다운’ 신호가 확산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집행 기조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NYT가 인용한 통계로 전해진 바에 따르면 SEC의 암호화폐 사건 제기는 트럼프 1기 때 50건, 바이든 행정부 때 105건이었지만,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에는 새로 제기된 사건이 없었다. 

정책 배경으로는 백악관의 규제 완화 선언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사흘 뒤인 2025년 1월 23일 백악관은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공격적 법집행과 과잉규제”를 중단하겠다는 방향을 담은 행정명령(EO)을 공개했다. 이후 SEC는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등 정책·법리 재정비에 착수했고, 주요 사건의 정리가 이어졌다. 

실제 SEC는 2025년 2월 27일 코인베이스에 대한 민사 집행 소송을 공식적으로 취하했다고 발표했으며, 바이낸스 사건도 2025년 5월 29일 자진 철회됐다. 

SEC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관할·법적 근거와 정책적 우선순위”를 재검토한 결과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업계는 ‘규칙의 명확화’로 환영하는 반면, 시민단체와 일부 법조계에서는 투자자 보호 공백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경고한다. 규제의 급제동이 제도 정비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속 공백으로 남을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