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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
에이전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 아주 오랜 옛날 나그네가 먼 길을 떠난다. 당시 지도가 있을 리 만무. 나그네는 귀동냥을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다가간다. 나그네는 논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가는 길을 묻는다. 농부의 답은 간단하다. 저기 보이는 언덕만 넘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그네는 부지런히 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한 개의 언덕만 넘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게 아니다. 고만고만한 언덕이 여러 개 있다. 간신히 목적지에 닿았지만 농부가 말한 한식경이 아닌 반나절을 훌쩍 넘겼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우리 조상들은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는 말이다. 농부는 이미 알고 있다. 나그네가 가는 길이 그리 짧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말은 금방 도착할 듯이 했다. 너무 멀다고 미리 말해주면 나그네는 다리에 힘이 들어갔겠지만,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힘들지 않게 길을 갔다. 나그네도 짧은 거리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농부가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당시에는 그리 서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이기는 했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서로 믿는 풍토는 한민족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배려심이 깊은 우리 민족은 옛날 부동산 거래는 어찌 했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이랬을 것이다. ‘오늘 쌀 50가마만 먼저 주면 나중에 추수를 끝내고 마을 어귀에 있는 내 땅 2마지기를 넘기겠다’고. 가능한 얘기다. 당시에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있었겠지만 그리 많은 분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믿고 살았으니까. 세월이 많이 흐르기는 했지만 요즘에도 같은 민족끼리의 ‘정’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필자는 1년에 두세 차례 한국 출장을 간다.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재미나다. 처음 본 사람이라도 ‘아저씨’ 아니면 ‘아줌마’ 다. 식당 같은 업소에서의 종업원 호칭은 더 ‘감칠’ 맛이 난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면 ‘언니’이고 좀 많아 보이면 ‘이모’다.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호칭들이다. 하나의 민족으로 오랫 동안 생활해온 한국인들은 서류에 상당히 약하다. 서류에 사인을받아야 되는 상황인데도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나를 믿지 못하느냐고 하면 슬그머니 서류를 내려 놓는다. 나중에 사고가 나면 사인 못받은 사람이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요즘에는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 구두로 하는 계약이 많이 사라졌다. 서류로 해도 사고가 나는데 말로 하는 거래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다. 구두 계약도 구속력이 있다. 그런데 둘 중 하나가 이를 부인하거나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다툼이 생긴다. A는 돈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B는 돈을 주겠다고 받아들였으면 이미 분쟁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주 한인은 서류와 사인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미국인들과는 아줌마, 아저씨, 언니, 이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피 색깔은 같아서 ‘블러드(blood)’라고는 한다. 한국의 ‘정’을 미국까지 가져와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에서 실수 없는 계약을 하려면 에이전트가 있어야 한다. 에이전트는 양측의 ‘정’을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경찰이 충돌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셀러와 바이어가 모두 한인인데 경찰까지 부른 사연은 다음과 같다. 바이어가 지나가다 보니 식당이 쓸만했다. 당장 셀러를 만났고 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행히’ 에스크로 절차는 거쳤다. 바이어가 가게를 매입하고 보니 매상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바이어는 ‘사기’라고 목청을 높였고, 셀러는 ‘본인이 산다고 해놓고는 딴 소리’를 한다며 기세 좋게 나왔다. 바이어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첫 번째는 에이전트를 끼지 않은 것이다. 에이전트가 있었더라면 사는 가격은 약간 높았을지 모르지만 매상 확인은 철저히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식당 매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동네 식당은 맛에 익숙한 고객이 찾는다. 당장 주방장이 바뀌면 매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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