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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 하는 에이젼트

있으나 마나 하는 에이젼트 부동산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고달프다. 주택 전문 에이전트는 그대로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과정이 스텝대로 투명하게 진행된다. 사업체 매매 전문 에이전트는 스트레스가 많다. 말도 안되는 가격을 내세우는 셀러와 남의 물건을 거져 먹으려는 바이어, 거기에 리스 사인을 미루는 건물주까지 첩첩산중이다. 그런데 에이전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고객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부동산 회사 대표도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자칫 사고라도 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꼴불견 에이전트의 유형을 알아보자.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몰라 타주에서 활동하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정리했다. 먼저 어처구니 없는 리스팅을 받아오는 ‘수준 이하형’이다. 비즈니스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리스팅이다. 리스팅이 많아야 딜이 활발하고, 따라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리스팅의 질이라는 데 있다. 일테면 월 매상이 3만 달러 정도인 99센트 스토어의 순수익이 8000달러라는 식이다. 99센트 스토어의 월 매상이 5만 달러 이하라면 주인이 가져가는 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매물이라도 업주가 진짜로 팔 생각이 있어 사인을 받아오는 경우는 그마나 양반 축에 속한다. 주인은 아예 팔 생각이 없는데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팔 생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거나, 아니면 어디서 들은 얘기를 듣고 리스팅을 작성하는 경우인데, 이러다 보니 매물 정보가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주인 풀 네임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이미 팔렸거나, 아니면 에스크로중인 경우도 있다. 다음은 ‘뒷통수를 치는’ 스타일이다. 한 부동산 회사의 에이전트 A씨가 56만 달러짜리 스낵 샵 독점 리스팅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타 회사의 에이전트 B씨가 같은 매물로 추정되는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가격이 55만 달러라는 데 있었다. A씨는 바이어로부터 욕을 먹었다. ‘왜 1만 달러를 더 부르냐’는 것이었다. 본인의 리스팅이 아닌데도 허락도 받지 않고 광고를 낸 B씨 때문이었다. 며칠 후 A씨는 더 충격적인 내용을 들어야 했다. 이번에는 다른 회사의 에이전트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에이전트는 “팔려고 내논 것을 안다. 그리고 두 명의 에이전트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실도 안다. 이러다가는 못 팔게 되니 제3자인 나에게 리스팅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경쟁 회사의 아는 에이전트에게 자사의 리스팅을 넘기는 ‘스파이 형’ 에이전트도 있다. 한 부동산 회사에서 리스팅 회의가 열렸다. 리스팅 가운데 눈길을 끄는 세탁소 매물이 있었다. ‘팔리는’ 물건이었다. 다음날 바이어를 대신하는 셀링 에이전트가 세탁소를 찾았다. 그런데 셀러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날 아침에 무려 3명의 타 회사 에이전트들이 업소를 찾았다는 것이다. 리스팅 회의을 한 후에 매물 정보가 타 회사로 유출된 것이다. 부동산 회사 오너 브로커는 이런 ‘미꾸라지형 에이전트’ 때문에 고민이 많다. 나름대로 안전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다른 부동산 회사로부터 리스팅 빼내기 작전은 ‘끝도 한도’ 없다. 친구나 친척은 물론 이제는 배후자까지 동원되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회사의 에이전트는 다른 회사의 리스팅을 확보하기 위해 아내를 바이어로 위장시키는 촌극을 벌여,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스토리는 이렇다. 신문에 난 쓸만한 다른 회사의 리스팅을 보고 아내에게 부탁한다. 아내는 리스팅 에이전트를 찾아가 내용을 뽑아낸다. 물론 사인도 하지만 나중에 문제될 일은 없다. 어차피 아내가 그 물건을 사지는 않을 것이고, 남편을 통해 다른 바이어에게 팔면 되기 때문이다. 아내는 부지런히 다른 부동산 회사를 드나들었고, 그 여자의 남편이 타 부동산 회사의 에이전트인 것을 알아본 다른 에이전트가 보면서 발각이 났다. 리스팅을 찾아 회사를 옮겨다니는 ‘철새형’ 에이전트도 있다. 심지어는 1년에 7차례나 명함을 바꾼 에이전트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객으로서는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만날 때마다 명함이 바뀌니까 말이다. 장난을 치다가 혼쭐이 난 에이전트 이야기. 미국에 투자하려는 한국 바이어가 있었다. 디파짓을 5만 달러를 했으니 약 200만 달러에 달하는 인컴 프로퍼티로 추정된다. 바이어는 기본적인 업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런데 딜이 깨졌다. 바이어에게 5만 달러를 돌려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에이전트는 에스크로 오피서에게 자기가 돌려주겠다고 제안했고, 에이전트를 잘 아는 오피서는 편법으로 디파짓을 에이전트에게 건넸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진행이 되었는데, 문제는 에이전트가 5만 달러를 유용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이어가 본국의 유명한 조폭 조직의 부두목급이라는 것이다. 바이어가 보낸 ‘꼬봉’은 에이전트를 만났다. 그 다음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빠르겠다. 믿고싶지 않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에이전트끼리 커미션을 놓고 다투는 경우도 있다. 커미션이 1만5000달러밖에 안되는 딜에 3명의 에이전트가 각각 자신의 몫을 주장했다. 한 명은 바이어를 소개했으니 자격이 충분했다. 다른 한 명은 리스팅을 받았으니 그리 큰 하자가 없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이 문제였다. 아무런 일을 한 게 없는데 커미션을 나누자고 우겼다. 이유는 나머지 2명이 거래를 얘기하는 자리에 자신도 있었다는 것이다. 법적인 자격은 없지만 조금만 나누어 달라는 것이다. 설전은 반나절 이상 계속되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며칠 후 결론이 명확하게 내려졌다. 바이어가 가게 매상을 믿을 수 없다며 백기를 들었다. 부동산 딜을 하다 보면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커미션을 나누는 일이라 서로의 욕심이 들어갈 수 있다. 딜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에이전트끼리 티격태격거리면 거래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커미션 싸움은 딜을 마무리한 다음에 해도 된다. 에이전트끼리 다투기는 하지만 뒤에는 소속 회사가 있다. 상황을 파악한 회사는 결정을 내린다. 그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점은 단단한 회사는 이를 중재하는 능력이 있고, 또 에이전트들이 따른다는 것이다. 단단한 회사란 규모와 연륜이 있는 회사다. 에이전트에게는 어려운 일이 많지만 항상 오너 브로커에게 마음을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 이런 고객이 쌓이다 보면 실적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러 번 강조하지만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류다. 부동산 에이전트의 밥그릇은 어느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다. 본인과 오너 브로커가 챙길 수 있다. 정확히는 서류가 지켜줄 뿐이다. 시비가 걸릴 경우에는 특히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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