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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빅테크급’ 스타트업, 올해 1,500억달러 조달…AI에 돈 몰렸다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1,500억달러(약 215조원) 이상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이 규모가 이전 최고치였던 2021년 920억달러(약 132조원) 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번 기록 경신은 초대형 ‘메가 라운드’ 몇 건이 전체 규모를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일본 소프트뱅크 주도의 투자에서 410억달러(약 59조원) 를 유치했고, 경쟁사 앤트로픽은 130억달러(약 19조원) 를 조달했다. 스케일 AI도 메타플랫폼으로부터 140억달러(약 20조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이 밖에도 코딩 에이전트 기업 애니스피어, AI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 싱킹 머신스 랩 등이 올해 여러 차례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은 AI에 대한 열기가 지속되는 시점에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 ‘다음 사이클’에 대비하라고 대형 스타트업들에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벤처 투자 공동 책임자인 라이언 빅스는 “충분한 자금 조달에 실패한 채 시장이 얼어붙으면 사업이 ‘제로’가 될 수 있다”며 “지분 희석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성공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이 일부 선도 기업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트업은 보통 2~3년에 한 번씩 투자 유치에 나서지만, 성과가 뛰어난 일부 AI 기업들은 몇 달 만에 다시 자금 조달을 진행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반면 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흘러들던 자금은 줄어드는 흐름이 동시에 관측된다. 빅스는 “투자자들이 승자가 더 명확한 후기 단계 투자로 몰리고 있다”며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열두 곳 정도뿐이고, 나머지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했다.

이런 ‘펀딩 붐’의 배경에는 선도 기업들의 가파른 실적 성장도 있다. 코딩 도구 ‘커서’를 만든 애니스피어는 지난달 기준 연간순환매출(ARR)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 를 기록해 연초 대비 약 20배 성장했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도 26억달러에서 270억달러로 급등했다. 퍼플렉시티 역시 “추가 자금이 필요 없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네 차례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인재 확보 경쟁에서의 마케팅 수단이 되거나, 향후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 확보라는 목적도 가진다고 본다. 내년에 투자 심리가 악화해 소규모 경쟁사들이 자금난에 빠질 경우, 현금을 쌓아둔 대형 스타트업들이 M&A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